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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잡지_2016 1월호

2017.08.14 조회수 :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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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취 이야기>


그 아이의 이름은 비취라고 하였습니다.
진주, 수정 같은 이름처럼 어여쁜 그 여자아기의 이름을 비취라고 지었다고 하였습니다. IMF가 터진 해로 기억
하는데 저는 하던 일을 잠시 쉬며 수련도장에 나가 하루 종일 명상수련을 하고 지금껏 살아오던 세계에서 한발
짝 다른 세계로 들어가 몸도 마음도 편히 쉬며 느슨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다니던 성당의 구역장
인 대녀가 무료 가정 분만을 의뢰하였습니다. 중국에서 온 교포부부인데 남편이 한국에 와서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대에 입학하자 뒷바라지를 위해 부인이 밀항선을 타고 한국에 들어와 방을 얻어 함께 살고 있다고... 부인은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며 남편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데 아이가 생겨 완전 난감해졌다는 것입니다. 의료보험증이
없었고 일반으로 병원 분만 비를 내기에는 너무 부담이 되니 무료로 가정 분만을 해줄 수 없겠느냐는 것이었습
니다. 목사가 되기 위해 어려운 길을 선택한 부부를 생각하니 그 상황이 딱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나는 그 부부를
돕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친정 막내 동생이 러시아에 선교사로 나가있어서, 선교사의 생활이 얼마나 고생스러운
지 잘 알고 있었거든요. 산모를 꼼꼼히 진료해보니 다행히도 특별한 이상이 없었고, 그래서 무료 가정 분만을 수
락 하였습니다. 그 때는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라 집 전화와 함께 내가 갈만한 곳 전화번호를 모두 일러주고 진통
이 오면 연락하라고 하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날 새벽 진통이 온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부랴부랴 달려
가 진찰을 해보니 그 날 중으로 아기가 나올 것 같았습니다. 같은 동네 사람이었으므로 다시 집으로 돌아와 도시
락을 싸서 딸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분만도구를 소독 하는 등 이것저것을 챙겨 대녀와 함께 다시 그 집으로 갔습
니다. 조용히 진통을 하며 알려주는 대로 호흡을 하며 서 너 시간 만에 순조롭게 산문이 열려 얼마 후 아기가 세
상에 나왔습니다. 회음부 열상도 없이, 출혈도 하나 없이, 고스란히 어여쁜 딸아이가 태어나서 일까요? 가쁜 숨
을 몰아쉬며 울지도 않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아이의 팔 하나가 없었습니
다. 소시지 묶은 것처럼 왼팔이 어깨에서부터 아예 없는 것이었습니다. 돌아누울 공간도 없는 좁은 쪽방에서 산
모는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고 조용히 아이를 낳고 애기아빠는 마당에 서성이며 아기울음소리를 기다리는데 나
는 아기를 받아 놓고 난감함에 빠져서 잠시 동안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을 다하였습니다. 탯줄을 자르고 목욕시켜
서 엄마 젖을 물려주어야 하는데 아주 작은 방이어서 엄마는 다 보일 텐데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도무지 생
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당황해하는 나 때문이었을까요?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챈 산모가 왜 그러느냐고 물어왔습니다. 할 수 없이 나는
더듬거리며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아가의 팔 하나가 없는 것이 마치도 내 잘못인 냥 미안해하며 보여주
자 산모는 조용히 입을 다문 채 표정 하나도 변하지 않고 있다가 아기 생명에는 지장이 없겠는지 묻는 것이었습
니다. 마당에 서있던 아빠도 불러서 사실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들 부부는 잠시 망연히 생각에 잠겨 있다가 하
나님의 영광을 위하여라며 나름대로 상황을 해석하고 결론을 내리는 듯 하였습니다. 그것이 대륙적인 기질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부모라면 어땠을까요? 마음 속으로 감탄을 하며 우리나라 산모와 비교를 해 보았습니다

 그들만의 억압된 채 감정을 숨기고 살았던 폐쇄성일까요? 관점을 크게 바라보는 사고방식의 차이점 일가요?

아무튼 우리나라 산모와 많이 달라서 울고 불고 하는 산모와 어쩌면 기절해서 나를 더 당황스럽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산전 진찰을 받으며 아기가 기형인줄 알았으면 어쩌면 아기는 세상에 태어
나지 못하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형의 원인이 무엇일까?
내 나름대로 원인을 유추 해보느라고 한동안 머릿속이 복잡하였습니다. 1950년대 독일에서 만들어 전 세계에
입덧 약으로 팔린 탈리도마이드라는 약의 부작용이 이처럼 팔다리가 극단적으로 짧은 일명 물개다리 기형을 만
들었습니다. 유럽과 미국에 커다란 충격을 준 인류 최대의 이 약화사건은 그 아이들이 커서 집단생활을 하는 것
을 다큐멘터리로 TV 방영된 것을 본적이 있었습니다. 다행이 우리나라에는 수입이 안 되었던 약품이었습니다.
무엇이 아이의 팔을 이렇게 만든 것일까? 생각하고 또 생각하였습니다. 확실하지는 않아도 희미하게 원인으로
생각되는 것은 오염된 땅의 먹을거리 그리고 대기 중 중금속이 차곡차곡 몸 안에 쌓여서 빠져나가지 않고 정자
와 난자가 만나 생명을 만들기 위해 수정난이 급격하게 세포분열이 일어날 때 오작동을 일으킨 것이 아닐까? 하
고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환경의 오염은 결국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입니다. 이즈음 늘어나는 생식기의
기형이나 이상 불임 문제 역시도 우리의 환경에서부터 되짚어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고 문제 제기를 해
봅니다. 그 후 얼마동안 동네에서 헌옷가지를 얻고 미역 등을 구해다가 가져다주며 아기 목욕을 시켜주고 산모를
살폈습니다. 미역국은 돼지비계로 끓여야 젖이 많이 나온다고 그래야 분유 값이 안 든다고 하여 정육점에서 공짜
로 얻어왔다고 좁은 부엌에 돼지 냄새가 진동을 하고 마당에는 수박껍질을 얇게 깎아서 말리곤 하였는데 반찬거
리라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알뜰살뜰 사는 것을 보았는데 일 년쯤 지났을 때 아이 아빠가 돌잔치를 한다며 초청
을 하러 왔습니다.
장소는 뜻밖에도 어느 뷔페식당이였습니다. 교회의 교육전도사로 일하는 것이 어떤 생활인지 동생을 보며 익히
알던 나로서는 너무 쉽게 자본주의에 물들어 버린 한사람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였습니다. 아이 아빠는
몇 년 뒤 목사 안수를 받고 인천에서 일하며 아이를 한명 더 낳아서 귀국하였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뒤 몇
년 후 중국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한 명의 자녀만 호적에 올리게 되어 있는 중국 법 때문에 학교 갈 나이가 다 된
비취보다 사지가 말짱한 동생을 호적에 올리려고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천에서 낳은 아이를 내가 받은 걸로 출
생증명서를 떼어 줄 수 있겠느냐는 부탁이었습니다. 부모로서 고민을 많이 한 후에 내린 결정이겠지만 호적이 없
는 아이로 한 세상을 살아가야하는 비취에게 가엾은 마음이 하염없이 들었습니다. 부탁을 들어주고 싶었지만, 사
정 상 그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고, 나는 늘 마음 한구석에 미안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뉴스에서 이제
중국의 한 자녀 법이 없어졌다는 소식을 듣자 성년이 되어있을 비취 생각이 났습니다. 비취가 호적이 있든 없든
교육을 받았든 안 받았든 간에 비취의 마음속에 작은 즐거움과 행복함을 간직한 따뜻한 사람으로 하나님의 영광
을 위해 살아가길 축복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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