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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잡지_2015 5월호

2017.06.23 조회수 : 435

우리보미 이야기


보미가 임신을 하고 엄마가 될 기대에 부풀고 나는 할머니가 될 생각을 하니 보미를 임신 하던 무렵이 생
각난다. 수레바퀴 처럼 굴러가는 인류의 역사와 진화과정처럼 개인의 시간도 역시 무상하게 흘러만 간다.
어느날 밤 나는 한 꿈을 꾸었다. 깊은 바다 속 어두운 땅에다 소중한 씨앗 하나를 심고나니 그 씨앗이 싹이
나고 점점 자라더니 물밖으로 뻗어나가 가지를 드리우고 꽃이 피는꿈을 꾸었다. 망망대해에 푸른 창공과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 아래 뻗어나간 넓은 잎사귀와 나뭇가지...너무나 회화적인 꿈이었다. 나는 꿈속에서
생각하기를 벌, 나비가 없어서 저 꽃이 어떻게 열매를 맺을까? 하는 원론적인 의문을 갖는데 공중에서 한
손이 내려오더니 가지에 핀 꽃에 붓으로 인공수정하는 것을 바라보며 그 손의 주인이 하나님임을 깨닫는
것이었다. 수정 후 곧 열매가 맺히더니 가지가 휘도록 포도가 열리는 신기한 꿈을 꾸었다.

얼마 후 나는 새생명을 잉태하였음을 깨닫고 이 모두가 하나님 은혜 가운데 내게 행해질 예지몽이었음을
깨닫는다. 30여년전에 꾼 꿈이지만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그렇게 보미가 나에게 왔다. 그때 나
는 병원 신생아실에 근무하였는데 태아가 30주가 넘도록 역아로 있어서 참으로 근심걱정을 많이 하였다.
분만실 신생아실 수술실 회복실과 함께 초음파실도 같은 층에 있었기에 아침에 출근하면 태아의 위치부터
스스로 확인하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었다. 출산 시 수술대 위에 눕게 될까봐 근심하며 하나님께 매달려서
기도하였는데 생명을 주신이도 하나님이시니 출산도 책임져주시고 이 아이의 성장과정 전부를 은혜로 덮
어 일생을 주님께서 책임져 주십사하고 하루도 빼지않고 갈급하게 기도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길을 가다가
공중에서 나는 우렁우렁한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 “너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주위에는 아무도 안보이는데 마치도 먼곳 골짜기에서 메아리치듯 울려퍼지는 굉음이였다. 내 영혼은 즉각
하나님의 음성임을 깨닫는데 내가 부르짖을때에 응답하시는 신의 음성을 들은것이었다.

병원에서는 간호사들을 중심으로 점심시간에 모여서 초교파적인 중보기도모임이 있었는데 늘 내 아기가
기도제목이 되곤하였다. 참으로 고마운 친구들이다. 그분들은 어느곳에 있던지 주위를 밝게 비추어줄분들
임을 믿는다. 꾸준히 기도하던 어느날 역아에서 정상태위로 돌기에는 좀 늦은감이 있는 34주경이었나? 아
침 출근길 버스안에서 그 날따라 유난히 태동이 심하더니 출근 후 옷을 갈아입으면서 초음파검사를 스스로
해보는데 자세를 바꿔 물구나무서기에 성공한 우리 딸아이를 보았다.
눈물이 나면서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입술에서 격한 고백이 터져나왔다. 그 날 하루는 하나님의 역사
하심에 감동받은 하루였으나 그 날 이후 또 새로운 근심걱정으로 마음을 쓰고 있었는데 만약 아이가 나오
다가 진행이 멈추고 수술실로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었다. 그때 나는 33세의 초산부였다. 지금이야 흔
하지만 당시로서는 늦은 출산이었다. 분만실에서는 나처럼 키작고 뚱뚱하고 나이많은 초산부를 싫어하는
데 이런 체형이 대체적으로 분만 진행이 느리고 수술로 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론으로는 분만을 잘
알고 있으나 실제로는 경험하지 못한 출산을 앞두고 나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출산을 앞둔 산모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나는 너무나 잘 이해한다.

아기를 낳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다만 이론으로 머리로 임신과 출
산을 이해할 뿐인 것이다. 태아는 막달에 성숙이 완성되며 살이 찌는데 예정일보다 너무 늦은 출산은 난산
이 될 가능성이 많으므로 경계해야한다. 예정일보다 열흘만 빨리... 몸무게가 3키로만 되거든 아기엉덩이를
힘껏 밀어 세상에 나가도록 도와달라고 성령님께 부탁을 하며 뱃속의 보미에게 타일렀다. 아기를 낳는일만
큼 여성에게 창조의 주체가 되는 위대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착한 보미는 정말로 예정일보다 정확히 11일 빨리 몸무게 3키로그램으로 세상에 태어났다. 그날의 기쁨과
함께 하나님의 신실하신 약속의 음성을 잊지 못한다. 제왕절개수술은 진정제 등의 전처치를 못한 채 수술실
로 보내지는데 산모보다 아기를 위하여서 약물투입을 자제하는 것이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제모하고, 소
변줄꽂고, 링거주사를 꽂고, 검붉은 소독약으로 배전체를 닦아내고 초록색소독포를 씌우며 수술팀들이 산
모주위에 늘어서서 집도의가 고개를 끄덕이기 까지 맨정신으로 모두 견뎌야한다. 함께 근무하던 동료들앞
에 벌거벗고 수술대에 누워서 보내는 수술전 30분간의 공포감은 생각만으로도 어지럽고 무릎에 힘이 풀리
는 느낌이었다. 집도의가 준비 완료를 알리는 사인을 보내고 마취의가 곧바로 마취제를 투여하면 5분 이내
로 배를 열어 아기가 태어나야 한다. 복부지방층이 너무 두텁거나 옛 흉터로 조직이 유착이 되어있다면 시
간이 지체되어 아이가 마취제의 영향으로 숨도 잘 쉬지않고 축 늘어진아이를 받아 인공호흡을 하며 아이의
소생술을 시행하고 아기를 안고 신생아실로 돌아오는 일을 내가 하였으므로 입장바꿔 생각만해도 충분히
공포스러운 일이었다. 출산을 준비하는 산모들에게 하는 강의 중에 보미이야기가 단골로 등장하는데 엄마
의 간절한 기도야말로 가장 중요한 태중교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태아와 소통하는 방법을 예를 들자
면...아가야 세상에 나올때는 너의 힘으로 순풍 나오렴... 혹, 역아라면 아가야 머리를 밑으로 하렴... 조산기
가 있다면 아가야 37주까지는 엄마를 꼭 붙잡고 있으렴... 몸무게가 작다고 하시면 아가야 의사선생님이 네
몸무게가 작다고 하신단다 몸무게를 늘리렴...등등 아가를 쓰다듬으면서 간절하게 이야기 해준다. 아기는
엄마에게 한없는 고마움을 느끼며 또한 엄마말을 가장 잘듣는다. 34주에 정상위로 자세를 바꿔 세상에 나
온 보미는 순하게 잘자고 잘먹고 무럭무럭 잘자라서 28세의 나이로 결혼을 하고 30세에 이제 나를 할머니
로 만들어주려고 한다.

우연히 보미가 태중에 있을 때 기도해주던 위의 친구가 몇십년만에 연락이 닿아 미국에서 일시 귀국하여
함께 식사하며 보미를 위해 기도해주는 우연의 일치가 있었는데 진정한 하나님 축복의 사인이라고 생각한
다. 지금까지 굽이굽이 주님 은혜로 이 아이를 키웠음을 감사한 마음으로 엎드려 고백한다. 볼품없이 마른
포도나무 가지가 열매를 맺었을 때 쓰임받고 풍성해짐과 같이 이 아이에게 두신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하나님의 은총이 늘 함께하는 일생을 살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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