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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잡지_2015 2월호

2017.06.23 조회수 : 104

온 우주에 감사


분만을 도우면서 진통하는 산모들을 관찰하면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숨겨진 내면의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분만실 침대에 정숙하게 누워 있다가 진통만 오면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누워
뒹굴며 막말을 서슴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진통 하느라 아파 죽겠는데 목구멍에 밥이 넘어가느냐
고 식사하고 온 남편을 닦달하는 산모도 본다. 옛날에는 자진납세 한다고 문구멍으로 자신의 상투를 들
이밀었다는 조상들의 출산 뒷 이야기도 있다. 아프리카 쿠베이드족은 고통분담의 차원으로 아내가 입
덧을 할 때 남편도 입덧을 같이하며 아기를 낳을때는 지붕이나 나무위로 올라가 바닥으로 몸을 스스로
던지며 아내의 산통에 동참하는 아주 인간적인 풍습의 종족도 있다.
사람의 고통 중에 가장 극심한 고통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조금씩 상이한 답을 들을 수 있겠지만 출
산의 고통을 결코 빼놓을 수가 없다. 조상들이 고문을 한다고 손가락을 생으로 잘라내는 것도 끔직한
고통이지만 몸 안에 돌이 박혀서 제대로 담즙이나 소변이 흐르지 못할 때 거의 쇼크에 빠질 만큼 고통
스럽다. 이쯤 되면 고통도 신선 선 자를 붙여서 仙通이라고 한다. 신선의 경지에 도달하게 만드는 인간
고통 이란 뜻인가?


자연주의 가정출산을 하는 산모들의 모습에 조산사인 나도 그들을 도와주며 뭉클한 감동을 받는 경우
가 여러번 있다. 원래 병원 밖 출산을 결정하는 자체가 소수의 특별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아기 낳는 산
모의 성숙함이나 인격의 고매함에 세월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아이를
낳을 때 자세를 벽에 기대앉은 남편에게 비스듬히 안겨서 좌식분만 하기를 권하는데 물이 높은데서 낮
은데로 흐르듯이 남편의 품에 안겨서 극진한 기운을 받으며 생명이 태어날 때 합심하여 밀어내기를 한
다. 산모가 힘을 주면 남편도 얼굴이 빨개 지도록 혼연일체가 되어 함께 힘을 주며 땀을 뚝뚝 흘린다. 깊
은 복식호흡과 함께 힘주기를 하면서 둘이 하나가 되어 진정한 부모됨의 진수를 맛본다. 땀이 범벅이
되어서 내가 졌다!! 고 마음으로 자아와의 싸움에 패배를 인정할 때 태아가 서서히 그 모습을 세상에 드
러내게 된다. 힘들게 세상에 나온 아기는 헐떡이며 첫 호흡을 시작 한다. 탯줄이 펄떡거리며 아직 힘차
게 피를 실어 나른다.


열달동안 사용하지 않던 폐포가 낙하산처럼 펴지며 호흡을 시작하고 탯줄을 통해 엄마로부터 산소를
받기도 하며 아기는 양다리를 걸치고 산소를 받아먹는다. 호흡은 점차 안정이 되고 얼굴색은 핑크빛으
로 물든다. 안정이 될 때 까지는 탯줄을 자르지 말고 지켜봐야 한다. 호흡이 안정되기 이전에 헐떡이는

아기의 탯줄을 자름은 너무나 가혹한 폭력이 아닐 수 없다. 첫 호흡의 불안이 뇌리에 깊숙이 각인될 수 있다. 의료진
은아기가 안정적인 호흡을 하도록 탯줄 자르기를 미루고 잠시 기다려줘야만 한다. 아기도 좁은 터널을 통과하며 아
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 최고치를 분비한다. 처음으로 세상의 숨을 여는 시간이 아기의 인성형성에 골든타임인 것
이다. 아기를 낳아 아직 탯줄이 달린채로 가슴에 안고 산모는 함박웃음을 터트린다. 드디어 해냈어요…이때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기진맥진한채 “어머님의 기원덕분에 제가 순산을 하였습니다.” 하고 덕을 시어머니께 돌리는 아름다
운 마음을 만나며 뭉클하였다. 이어서 산모는 “어머님도 아범을 이렇게 나아서 키우셨지요?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한
다.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아기를 낳은 산모들이 온 우주에 감사하고 세상을 감사함으로 바라봄은 감동적이다. 새 생명을 낳으며 자신도 새로
태어난다고 해야 할까? 병원이 아닌 집에서 첫아기를 낳는다는 딸을 걱정하며 바리바리 물건을 챙겨 시골에서 오신
어느 친정 어머니가 딸네집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방금 아기낳은 산모가 젖을 물리다가 엄마를 붙들고 대성통곡
을 하는 경우도 보았다. 엄마 나를 이런 고통 중에 낳으셨지요? 감사해요 참 감사해요 하면서 딸이 울자 친정어머니
도 함께 눈물을 흘리신다. 필자도 아기를 낳자마자 어머니 생각과 함께 이 산고를 내 딸도 겪어야 하는구나 하고 비
감한 생각이 든 기억이 난다. 또 한 부부는 오래동안 불임으로 고민하다가 잉태한 생명이기에 가장 귀한 영접으로 가
정출산을 선택한 부부가 있었다. 자연이란 달팽이처럼 느린 속도로 몸이 변해가는 것인데 밤을 새워서 진통을 하는
산모는 남편을 걱정한다. 당신은 내일 또 일하러 가야하니 다른 방에 가서 눈을 좀 붙이다가 아기 나올 때 즈음 깨우
겠다는 것이다. 나는 아파 죽겠는데 졸고 있다며 남편을 구박 하는게 아니라 편안히 누워서 눈좀 붙이라는 아내의 배
려에 남편은 슬그머니 다른 방으로 간다. 산문이 다 열리고 부부가 한마음으로 오랜 힘주기 끝에 드디어 아기가 세상
빛을 보고 후산 등의 처치가 끝난 후에 아기에게 젖을 물리며 만면에 웃음을 띄우고 기쁨에 젖는다.

산모는 아기에게 젖을 먹이면서 당신은 냉장고에 준비된 맥주로 축배를 들라고 권한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오는
아빠의 손에는 엄마의 재치로 리본이 귀엽게 매어진 큰 캔맥주가 들려 있었다. 엄마의 기쁨속에 아가는 젖을 먹고 아
빠는 축배를 들면서 가정 출산의 생명잔치는 절정에 다다른다. 세상에 나올 때 눈 맞추고 엄마 아빠에게 웃어주고 엎
드린채 고개를 돌려서 나에게도 눈 맞추고 웃어준 초롱한 그 아이의 비범함이나 산모의 특별한 배려심과 아빠가 어
느 신문사에 기자라고 하면서 고호전시회 티켓을 선물로 준 기억까지 포함하여 오래 동안 기억에 남는 가족이다. 아
기를 낳은 모든 산모들은 위대한 사명을 완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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